2009/10/03 19:51
여기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게임 참가자는 두 명입니다. 참가자는 숫자 1~3개를 한 번에 부를 수 있습니다. 번갈아 가면서 숫자를 1부터 불러 나가는데, 21을 먼저 외치는 사람이 게임에 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 A가 1,2를 외치고, B가 3을, 다시 A가 4,5,6 이런 식으로 21까지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을 두 명이서 진행을 하면 어떤 규칙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21을 외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20을 먼저 외치면 됩니다. 20을 먼저 외치기 위해서는 16을 먼저 외치면 됩니다. 그러면 상대가 17을 외치든 17, 18,19를 외치든 내가 20을 외칠 수 있습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16을 먼저 외치기 위해서는 12를 먼저 외치면 됩니다. 12를 위해서는 8을, 8을 위해서는 4를 먼저 외치는 자가 승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결국 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만 있다면 나중에 시작하는 쪽이 항상 승리를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론을 얻어 내는 것을 역방향 추론이라고 합니다. 상대방과 내가 순차적으로 행동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 발생하는 일들을 뒤에서부터 되집어 보는 것입니다.
이제 게임 참가자가 세 명이라고 가정해 봅니다. 나, A, B 이렇게 게임에 참가합니다. 이제 역방향 추론을 진행해 합리적인 전략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21을 외치지 않기 위해서는 20이나 19를 먼저 외치면 됩니다. 20을 외치면 A가 게임을 지게 될 것이고, 19를 외치면 A가 20을 외쳐서 B가 게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내가 18을 외치면 어떻게 될까요? 두 가지의 경우가 있습니다. A가 19를 외치고 B가 20을 외쳐서 내가 지게 되는 경우, A가 19,20을 외쳐서 B가 지게되는 경우. 그래서 18을 외치면 나의 승리 확률은 50%입니다.
17을 외치면 어떻게 될까요? A는 19 혹은 20을 외쳐서 승리를 확정지을 것입니다. 18을 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A가 19를 외치면 내가 지게 되고 A가 20을 외치면 B가 지게 됩니다. 그래서 확률은 역시 50%입니다.
16을 외치면 어떻게 될까요? A는 승리를 위해 19를 외칠 것이고, B는 20을, 그래서 나의 승리 활률은 없습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16을 외쳐서는 안됩니다.
15를 외치면 어떻게 될까요? A는 16을 외치지는 않을 것이고, 17 혹은 18을 외칠 것입니다. 그러면 B는 19 혹은 20을 외칠 수 있습니다. B가 19를 외치면 이길 수 있고, 20을 외치면 집니다. 확률은 50%입니다.
14를 외치면 어떻게 될까요? 경우의 수만을 생각해 봤을 때 14는 승리가 유력해지는 수입니다. 내가 지는 경우의 수는 A가 17을 외치고, B가 20을 외치는 단 한 가지입니다. 나머지 A가 15, 16을 외치거나, A가 17을 외칠 때 B가 18,19를 외치면 모두 내가 이길 수 있습니다. 내가 이길 확률은 8/9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보다 확률이 훨씩 낮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A는 16은 절대 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A는 15와 17, 둘 중 하나를 외치게 됩니다. 그래도 경우의 수를 따지면 내가 이길 확률은 3/4입니다.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A는 15 혹은 17을 선택함으로써 나 혹은 B를 패자 결정자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17을 선택하는 경우 B는 19, 혹은 20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B가 패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A가 15를 선택하는 경우 B는 17, 18을 선택해야 하고, 따라서 내가 패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자연스런 공모가 생길 수 있습니다. A가 17를 선택하면 B는 A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A를 패자로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A가 15를 선택하면 나는 A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A를 패자로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A는 어떤 수를 말하든 패자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한 단계 더 생각해보면 내가 14를 외침으로써 A에게 패자 결정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는 것을 감사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는 내게 호의를 베풀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내가 14를 외침으로써 나와 A가 공모해서 B를 패자로 만들 확률이 높아집니다.
14의 추론은 너무 지나친 생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 자신도 오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추론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나 뿐만 아니라 A,B 역시 이런 식으로 추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과연 이런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까요?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진행합니다.
이제 내가 14를 외치면 나는 A와 공모해서 B를 패자로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내가 14를 외치기 위해서는 11,12,13을 외쳐서는 안됩니다. 만약 내가 11,12,13을 외치면 A가 14, B가 15를 외쳐서, 즉 A와 B가 공모하여 나를 패자로 만들 것입니다. 11,12,13은 외쳐서는 안되는 수입니다.
10은 꼭 외쳐야 하는 수입니다. 내가 10을 외치면 A가 11,12,13중 하나를 외치게 만들 수 있으며, 나와 B가 공모해서 A를 패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7,8,9는 외쳐도 좋은 수입니다. 내가 이 숫자들을 외치면 A가 10을 외칠 것이고, 그럼 나와 A가 공모해서 B를 패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6은 외쳐서는 안되는 수입니다. 내가 6을 외치면 A는 7,8,9중 하나를 외칠 것이고, A와 B가 공모해서 나를 패자로 만들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하면 첫 번째 시작하는 참가자는 3을 외쳐야 합니다. 내가 만약 3을 외치면 A는 4,5,6중 하나를 외쳐야 하고, B는 적어도 7을 외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와 B가 공모해서 A를 패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역방향 추론을 통해 세명의 참가자가 21외치지 않기 게임에 참가한 경우에는 3을 먼저 외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얻어낸 결론이 어느 정도까지 유용할까요? 저는 거의 유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추론의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참가자 모두가 이런 복잡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두 명이 참가하는 비교적 간단한 게임에서도 한 번에 규칙을 찾아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여러번 게임이 여러 번 반복되어야 규칙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세명이 참가할 때는 얼마나 많은 게임이 이루어진 후 이런 공모가 일어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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